🌌 인간 그물 시리즈 3 – 편의점이라는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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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작은 몸으로도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그물을 짭니다.
그 그물은 단순히 먹이를 위한 덫이 아니라, 바람과 햇살, 빗방울까지 받아들이며 세상과 호흡하는 하나의 집이 됩니다.
나에게도 그런 그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편의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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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가게가 아닙니다.
나에게는 오히려 바닷가의 **죽방(竹防)**과 같습니다.
죽방멸치를 잡기 위해 물살이 흘러드는 길목에 대나무 울타리를 치듯,
나는 매일 상품을 갖추어 놓고 삶의 물결을 기다립니다.
밑물과 썰물이 오가듯, 출근과 퇴근의 시간마다 손님들이 드나듭니다.
병원에서는 입원과 퇴원이, 리조트에서는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그 흐름을 만듭니다.
또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갑자기 물살이 강해지듯,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와 그물 속을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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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의 물살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자리에 그물을 놓아두고, 물길이 오기를 묵묵히 기다릴 뿐입니다.
편의점 역시 그렇습니다.
때로는 썰물처럼 손님이 드문 날이 있고,
때로는 밀물처럼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이 있습니다.
나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며, 다만 성실히 상품을 채워 넣고,
계산대를 지키며 하루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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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물이란 본디 양면성을 지닙니다.
그것은 나를 먹여 살리는 터전이지만, 동시에 나를 붙잡아두는 울타리이기도 합니다.
영업시간, 매출, 재고, 본사의 규정…
이 모든 것은 마치 그물의 실처럼 나를 얽매기도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지 구속이 아니라
내가 세상과 이어지는 연결선이기도 합니다.
손님과 주고받는 인사 한마디,
병원 간호사가 허겁지겁 집어 가는 컵라면 하나,
리조트 여행객이 들고 가는 생수 한 병까지…
모두가 이 죽방 같은 편의점 그물을 통과하며 나와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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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라는 그물은 오늘도 조용히 바닷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때로는 개미처럼 묵묵히 일하고,
매미처럼 순간을 불태우며, 거미처럼 기다림의 미학을 배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그물 앞에 서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을 덫이라 여길 수도 있고, 세상과 별을 잇는 다리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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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습니다.
이 편의점이라는 죽방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울타리가 아니라,
나와 세상, 그리고 별을 이어주는 하나의 통로라는 것을.
밀물과 썰물이 매일 반복되듯,
오늘도 그물은 조용히 흐르고,
그 속에서 나는 나만의 별빛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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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그물 시리즈 3 – 편의점이라는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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